신입이 없다는 글들도 많고 요즘 인기 있는 좋좋소라는 드라마를 보며 제가 느끼는 이 바닥 현실좀 말해보겠습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대한민국 90%의 네트워크 유지보수 기업들은 ㅈ소기업으로 이루어져 있을겁니다. 여기서 말하는 ㅈ소기업이란 10~20명 미만의 회사로, 업무 체계가 잡혀 있지 않고 한 사람이 이것저것 다 해야하는 그런 곳을 말합니다.
이 범위에 대부분의 네트워크 ㅈ소기업들이 정확하게 들어맞습니다. 일단 여기 속한 엔지니어들은 주체적으로 뭘 할수 없습니다. 스위치, 방화벽, vpn, nac, 서버 등등 돈되는 모든것을 다 해야합니다. 주로 하는게 있지 않냐? 물론 있죠 근데 사람이 없을때 그게 됩니까? 그냥 내보냅니다. 아이피만 셋팅할줄 아는데 그냥 내보내요. 소위 몸빵이라고 하죠.
그리고 어떻게 합니까? 밴더에 전화합니다. 할 줄 모르니까요. 모르는 사람 내보낸건 회사인데 내가 비굴하게 고객 눈치보며 밴더에 사정해서 원격을 붙이던 인터넷을 되게 하던해서 셋팅을 요청해야 합니다.
운이 좋아서 내가 다니는 회사가 네트워크 장비만 취급한다고 해보죠. 밴더사마다 컨피그도 다르고 세부 옵션이나 설정도 다르기 때문에 진짜 오래하신분 아니면 그걸 다 외우기가 쉽지 않으신거 아실겁니다. 근데 네트워크만 하더라도 전 밴더를 다 요구합니다. 이러면 어찌 되나요? 진짜 기초적인거 밖에 못합니다. 트러블 슈팅 요구 받으면 뭐 아는게 있어야 트러블 슈팅을 하죠 네트워크 지식이 있으면 뭐합니까? 명령어를 모르는데?
저같은 경우는 네트워크를 주로 했는데 갑자기 어느날 db를 하라고 했습니다. 근데 제가 뭘 아나요? 근데 고객사에 이미 유지보수로 배정까지? 정기점검? 점검 한번가면 어찌되나요? 그냥 털리는겁니다. 하나도 대답못하고 알아보겠다는 말만 하니까요. 이런 일이 흔하게 말하는 ㅈ소에 그냥 많은 수준이 아니라 그냥 기본입니다. 그냥 다그래요. 다그런다고 장담할수 있습니다.
업무적인면이 저렇고 연봉은요? 지금 이 바닥에 가장 큰 문제는 치킨 게임입니다. 국산밴더/유지보수 모두가 치킨게임으로 사업을 수주하고 사업자는 대놓고 기술력이고 뭐고 가격이 가장 중요하니 가격을 맞춰달라고 합니다. 서울 사는 사람이 지방에 몇달씩 내려가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해도 회사도 남는게 없고 나도 남는게 없습니다. 당연히 연봉도 크게 올려 받지 못합니다. 물가 상승률이나 맞춰주면 다행이겠네요.
근데 눈을 돌려보니 개발자 취칙한 친구가 눈에 보입니다. 그 친구도 뭐 개발을 썩 잘하는건 아닙니다. 흔하게 말하는 코더라고 하죠. 둘이 초봉은 비슷했습니다. 2천 후반 근데 딱 5년만 지나면 뭐 왜 이렇게 차이가 나죠? 똑같이 야근 많고 힘든건 비슷한데 그냥 업계 평균만 해도 누구는 5년차에 연봉이 4천 5천은 기본인데 이 바닥은 그보다 한장은 덜 받습니다.
회사 처우는 어떨까요? 항상 24시간 대기를 해야 되고 새벽에도 장애연락을 받으면 튀어 나가야 합니다. 컨피그 한줄 넣는것도 벌벌 떠는 이럴거면 저 자리에 왜 있지? 싶은 관리자들은 뭐만하면 업무시간이 끝나면 작업 하자고 연락이 옵니다. 서비스는 절대로 단 1초라도 중단 되면 안되기 때문에 맨날 18시 이후, 00시 이후 등에 작업은 겁나게 합니다. 24시간 무중단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걸 자랑하는 굴지의 우리 금융권 회사들은 무중단 서비스를 위해 IDC가 이전하거나 장비 노후화 교체를 해도 무조건 남들 다쉬는 설날, 추석에 하루도 아니고 24시간 연휴 내내 잠도 안재우고 일을 시키죠. 적어도 위에 개발 친구는 퇴근 이후는 자기 취미활동 잘하면서 잘쉬네요?
그래도 주 52시간, 칼같은 초과근무수당, 진짜 말도 안되는 주 7일 24시간 상시 유지보수 계약철폐, 자유로운 연차 사용등은 꿈도 못꿉니다. 왜냐? 그렇게 하면 회사 운영이 안되니까, 너 휴가가면 할 사람이 없으니까 네가 관리하는 사이트는 누가해? 그냥 이 바닥은 다 어쩔수 없는거 천지입니다. 그런데 업계 선배들은 니가 노력해서 더 받으면 된다. 그놈에 노오력 노오력만 이야기 합니다. 업계 중위연봉, 평균 연봉이야기 하면 그럼 학창 시절에 공부 잘하지 그랬냐? 소리를 하시죠. 네 맞습니다. 공부 그 사람들 보다 못했을수 있죠. 근데 공부는 못했어도 왜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 일 해야 합니까? 이 바닥에 애초부터 안들어오면 이런 대우도 안 받을수 있습니다.
네트워크가 비전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일하면 일한 만큼이라도 받을수 있으면 사람은 구해져요. 일 많으면 주 7일 내내 일할때도 있는 건축 업종도 많이 일하면 그거 만큼 돈 받습니다. 실제로 그렇기에 요즘 건축노동 쪽으로 젊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고요.
선배님들 신입 없다고 이야기 하지 마세요. 왜 없는지 아시잖아요?
[출처] 중소기업도 모르는 ㅈ소기업의 현실(feat. 신입이 없는 이유) (네트워크 전문가 따라잡기 (IT 인프라)) | 작성자 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