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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한병철, <에로스의 종말>에서.

사랑은 다름에 대한 경험이다.

다르기 때문에 끌리는 것이고, 다르기 때문에 아름답다 말할 수 있다. 아니, 다르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모든 것을 하나의 가치로 보아야 하는 세상에 살게 되면서 다름에 대한 경험은 예외적인 것이며 옳지 않은 것으로 규정하려 한다. 그러므로, 나와 다른 '타자'를 사랑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허용의 범위가 줄어들고, 심지어는 나와 '비슷한' 사람과 부딪히지 않으며 살아가는 현상이 가장 아름다운 '사랑'(혹은 이로 이어지는 '결혼')이라 명명하기도 한다. 타자가 나와 다르면 우리는 그와 가까워질수록 다름에 대해 지적하게 된다. 나와 다름으로 인해 느끼는 고통과 괴로움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느끼며 사랑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유쾌하지 않은 감정에 대해 사랑으로 인정하지 못하고 그것에서 벗어나 평온한 상태가 되는 것만이 사랑일 수 있다고 주입당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리하여, 나와 '비슷한' 사람을 찾아 그를 통해 나를 확인하는 것뿐인 나르시시즘에 빠진 자들이 자신의 우울증적인 상황을 사랑이라 명명하고 있다.

나는 자유와 사랑이 동의어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시작도 끝도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능동적인 서술어일 것이다.
사랑에는 정해진 행동과 방식, 매뉴얼이 없다. 모든 사랑하는 사람의 사례만 있을 뿐.
...우리에게 허락된 단 하나의 신앙이 있다면, 그것은 예수도 부처도 아닐 것이다. 다만 '사랑'일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만이 이 세상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이 사랑하는 사람이 숨쉬는 공간이므로.

“진정한 사랑의 본질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을 포기하고, 다른 자아 속에서 스스로를 잊어버린다는 점에 있다.”

– 한병철, <에로스의 종말> 중에서 –

출처 : https://brunch.co.kr/@navillera/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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